강요된 ‘명절 노동’ 등 소통 부재…가정 폭력 키운다
- 편집인
- 2022년 9월 6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9월 14일

[연합뉴스 : 김정규기자]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이하는 추석으로 가족 간 대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요된 ‘명절 노동’ 등 가족 간의 소통 부재가 가정폭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남부에서 지난 설 연휴 기간 4일 동안 112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하루 평균 193건으로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접수된 일 평균 신고 건수 141.8건보다 약 1.3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설날(203.5건)과 추석(214.6건)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같은 해 평균치인 143건보다 각각 60.5건, 71.6건 많았다.
경기북부에서도 2021년 설날·추석 연휴 8일 동안 접수된 하루 평균 신고 건수는 65.5건으로 같은 해 일 평균 건수(42건)보다 약 1.5배 높았다. 지난 설에도 4일간 총 244건의 112신고가 접수돼 하루 평균 48건보다 13건 많았다. 일례로 지난 2018년 부천에선 추석 연휴 기간 동안 50대 A씨가 50대 아내 B씨와 30대 아들 C씨와 함께 식사자리에서 아들을 흉기로 찌르고 아내를 둔기로 때리는 등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더욱이 올해의 경우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맞이하는 첫 명절로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술자리 등으로 인해 사건사고가 더 많아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경찰은 가정폭력 신고 이력이 있는 가정 중 위험도 평가, 가해자 구속 및 입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재발우려가정을 등급을 나눠 선정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통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 과도한 차례상 차리기 등 ‘강요된 명절 노동’으로 부담감을 호소하는 여성들도 많다. 실제로 성균관 측이 지난 7월28일부터 31일까지 일반 국민 1천명과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일반 국민 407명(40.7%)와 유림 관계자 약 292명(41.8%)은 명절에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성남에 사는 김영순씨(56·가명)도 이번 추석을 앞두고 또다시 ‘명절 공포증’에 빠지기는 마찬가지. 김씨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핑계’로 설날과 추석을 간신히 넘겼는데, 올해의 경우 시아버지가 꼭 차례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실질적으로 음식을 하게 되면 결국 집안에 있는 여자들의 몫으로만 돌아가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함에 따라 최근 간소화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는데, 해당 차례상의 기본 음식을 송편·나물·구이·김치·술 등 6가지로 한정했다. 성균관 관계자는 “차례는 조상을 사랑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간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Commenti